현돈 여명테크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기존 제품과 경쟁해 시장에 진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잘 견뎌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2014년 물 사용량을 30%가량 줄인 초절수형 변기를 개발했는데 시장 검증 기간만 5년이 걸렸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현돈(45) 여명테크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며 인내를 배웠다"고 했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기존 제품과 경쟁해 시장에 진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잘 견뎌내야 한다는 게 현 대표의 설명이다.
◇2014년 초절수형 변기 개발…시장 검증 기간만 5년
토목회사에서 10여년 간 설계·시공 엔지니어로 일한 현 대표는 2013년 변기 개발·제조업체 여명테크를 창업했다. 이후 1년에 걸친 연구개발(R&D) 끝에 2014년 초절수형 변기 ‘에바스(EBAS)’를 개발했다. 기존 변기는 물을 한 번 내릴 때 약 6L(리터)의 물을 사용하지만 에바스는 4~4.5L만 사용하면 된다. 물 사용량을 줄인 만큼 수도료도 절약할 수 있다. 에바스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산업기술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으로부터 이 같은 테스트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냉혹했다. 현 대표는 변기 제조·공급업체, 건설회사 등을 만나 "물 사용량을 기존 변기보다 3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정부, 연구기관 테스트 결과를 보여주며 에바스 판매에 나섰지만, 신생 중소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곳은 없었다.
더욱이 에바스는 기존 변기에 없던 가변식 배관을 변기 내 설치해 물 사용량은 줄이면서 오수는 더 잘 빠지게 하는 새로운 구조였다. 당시 시장에선 움직이는 가변식 배관은 고장이 잘 날 수 있어 비용 절감을 하려다 자칫 잘못하면 수리·교체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현 대표는 장기적으로 시장 검증 기간을 거쳐야겠다고 판단했다. 테스트는 회사 R&D를 지원했던 서울대에서 먼저 시작했다. 여명테크는 2014년 서울대 공학관 화장실에 에바스 1대를 설치했다. 3개월을 사용한 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서울대는 그해 공학관 전체 화장실 변기 30여대를 에바스로 교체했다. 2016년에는 공학관을 포함, 서울대 내 건물 화장실 변기 460여대를 에바스로 바꿨다.
현 대표는 "서울대가 2016년 기존 변기 460여대를 에바스로 교체한 결과 물 사용량을 줄여 6개월 동안 약 86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대는 에바스 800여대를 설치·사용하고 있다.
여명테크의 초절수형 변기 ‘에바스’ 작동원리. 에바스는 기존 변기에 없던 가변식 배관을 변기 내 설치해 물 사용량은 줄이면서 오수는 더 잘 빠지게 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여명테크 제공
자신감을 얻은 현 대표는 변기 제조·공급업체, 건설회사 공략에 나섰다. 회사 물량을 늘리기 위해선 서울대와 같은 교체 시장과 건물을 지을 때 공급하는 신규 시장도 잡아야 했다. 현 대표는 "ODM(제조자개발생산) 형태로 에바스를 납품했다"면서 "업체마다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거래가 가능했다"고 했다.
성과는 올해 들어 나오기 시작했다. 여명테크는 올해 4월 이마트와 에바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전국 이마트 150여개 매장에 에바스(약 5600대)를 설치 중이다. 이마트는 전국 이마트 매장의 변기 5600여대를 에바스로 교체할 경우, 연간 25억원의 수도료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여명테크는 최근에는 전국 롯데마트에 에바스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 대표는 "에바스를 사용하려는 기업, 공공기관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 50억원, 내년 1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장실 관리 시스템 업체로 성장 계획"
현 대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건축물 화장실에 설치된 변기는 약 5700만대에 달하고 보통 8~10년을 주기로 교체되는데 이 시장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냄새 제거 등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 대표는 "절수 기술로 수도료를 절감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용자 맞춤형 기능, 디자인을 강화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현 대표는 단순 변기 개발·제조업체에 머물지 않고 화장실 전체를 관리하는 서비스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개인, 공중 화장실을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요인은 절약, 위생, 안전 세가지다"라며 "현재 여명테크는 절약, 위생 쪽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공중화장실에서 비명을 감지해 건물 관리자, 경찰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 등 안전 관련 시스템을 개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