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MBA/ 베인앤컴퍼니 CASE TEAM 팀장/ ING 생명보험 (현 오렌지생명보험) 변화추진부장/ 여명테크 대표이사(현) 

13.5ℓ.

일반적인 양변기 레버를 한 번 당겼을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이다. 2ℓ짜리 생수통이 7병 가까이 쓰이는 셈이다. 대표적인 물부족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자원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재현 대표(40)가 이끄는 ‘여명테크’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여명테크는 지난 2015년 초절수 양변기 ‘에바스(EBAS)’ 양산을 시작했다. 에바스 1회 평균 물 사용량은 약 3.5ℓ. 여명테크 특허 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일반 양변기 대비 절수효과가 73% 가까이 된다.

기술력은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다. 2018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인증인 ‘신제품(NEP) 인증’을 받았고 한국공학한림원은 ‘2018년 올해의 15대 기술’ 중 하나로 에바스를 선정하기도 했다. 에바스와 함께 15대 기술로 선정된 곳 면면을 들여다보면 에바스가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삼성전자 ‘10나노급 D램 축적 기술’, LG디스플레이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명테크 매출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마트가 모든 매장 양변기를 에바스로 전격 교체한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일단 한 대만 바꿔보고 결과를 확인하라”고 발품을 판 것 또한 주효했다. 이제는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 이랜드리테일, 신세계백화점, 에버랜드, CGV 등 수많은 기업에서 에바스 변기를 쓴다. 지난해 에바스 판매량은 약 1만대, 올해는 에바스 변기로만 매출 100억원을 바라본다.

“이마트는 변기 교체를 통해 연 25억원 이상 수도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변기는 보통 10년 이상 쓰니 10년이면 총 250억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죠. 반면 교체비용은 22억원에 불과합니다. 득실 계산이 명확한 덕분에 한 번 미팅 이후 당장 계약하자고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에바스의 전망은 앞으로가 더 밝다. NEP 인증 취득으로 앞으로 공공기관은 전체 양변기 20%를 여명테크 양변기로 의무 교체해야 한다. 의무구매 대상이 연간 약 20만대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6월 수도법 개정으로 시행된 ‘양변기 등급제’도 여명테크에 호재다. 절수 성능 우수한 업체에 높은 등급 부여하고 스티커를 부착하는 제도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여명테크가 유일하게 1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변기뿐 아니라 세면대, 소변기 등으로 라인업을 늘려 친환경 화장실 토탈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친환경 벤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2호 (2020.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